1. 왜 ‘강의 공부법’인가? 뇌과학으로 보는 듣기와 설명의 힘
아이에게 가장 익숙한 공부는 교과서를 읽고 문제를 푸는 방식이다. 그러나 이보다 더 효과적인 학습 방법이 있다. 바로 ‘강의 공부법’이다. 강의 공부법은 아이가 배운 내용을 자기 언어로 설명하거나,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는 방식의 공부다. 단순한 암기보다 훨씬 깊이 있는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.
뇌과학적으로 볼 때, 정보를 듣거나 읽는 단계는 ‘수동적 입력’이다. 하지만 정보를 말로 정리하거나 설명하는 행위는 ‘능동적 출력’으로 전환된다. 이 과정에서 전두엽과 해마, 측두엽 등 다양한 뇌 영역이 동시에 활성화되며, 정보의 저장과 연결이 훨씬 견고해진다.
실제로 미국 UCLA의 연구에 따르면, 학습한 내용을 누군가에게 가르치려는 의도로 공부한 그룹이 단순히 시험을 준비한 그룹보다 30% 이상 높은 기억 유지 효과를 보였다. 초등학생도 예외가 아니다. “이걸 엄마한테 설명해줄 수 있을까?”라는 말 한마디로 아이의 학습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.
2. 아이도 강의할 수 있다: 집에서 실천하는 3단계 방법
강의 공부법은 복잡하지 않다. 오히려 초등학생에게는 더 적합할 수 있다. 아이는 기본적인 내용을 충분히 이해했을 때, 자신 있게 말로 풀어 설명하려고 하기 때문이다. 아래의 3단계 실천법을 통해 부모가 집에서도 손쉽게 도와줄 수 있다.
1단계: 자기 언어로 정리하기
공부한 내용을 공책에 필기하는 대신,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대로 이야기해 보게 한다. “오늘 배운 수학 내용을 한 문장으로 말해볼까?” 혹은 “이 단원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뭐야?”라고 물어보자. 아이는 자연스럽게 핵심을 요약하는 능력을 키우게 된다.
2단계: 부모님 앞에서 설명하기
엄마 아빠가 학생이 되고, 아이가 선생님이 되어보는 놀이 형식으로 진행하면 부담도 줄고 재미는 늘어난다. 예를 들어 “엄마는 이 단어 처음 들어보는데, 어떻게 쓰는 거야?”라고 질문하면 아이는 설명하려는 의지를 갖게 된다. 이때 부모는 끝까지 들어주는 태도만으로도 아이에게 큰 동기를 줄 수 있다.
3단계: 틀려도 괜찮다고 말해주기
강의 공부법의 핵심은 ‘완벽한 설명’이 아니라, ‘자기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과정’이다. 아이가 잘못 말하거나 틀리더라도 바로잡으려 하지 말고 “그렇게 생각했구나. 이건 어떻게 생각해볼 수 있을까?”라는 식으로 다시 생각하게 유도하자. 이는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동시에 자극한다.
3. 자기효능감을 키우는 설명 활동, 심리학적 효과
설명하는 공부는 단순한 기억력 향상을 넘어, 아이의 자기효능감(self-efficacy)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을 준다. 자기효능감이란 자신이 어떤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,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가 강조한 학습 동기의 핵심 요소다.
초등학생이 부모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면서 “내가 이걸 이해하고 있구나”라는 확신을 얻으면, 그것이 곧 다음 학습으로의 동기를 이어준다. 중요한 것은 아이가 자기 지식을 ‘사용할 수 있다’는 경험이다. 그 경험이 반복되면, “나는 설명도 잘하고 공부도 잘할 수 있어”라는 인식이 형성된다.
여기서 부모가 자주 저지르는 실수는 설명 중 끼어들어 정답을 말해주는 것이다. 아이가 말하는 도중에 “아니야, 그건 틀렸지”라고 반응하면, 아이는 자신감과 표현 의욕을 동시에 잃는다. 반면, “음,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네. 그런데 이런 방법도 있어”처럼 아이의 생각을 인정하면서 확장해주는 태도는 자기효능감을 더욱 강화시킨다.
또한 설명은 정서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. 자신이 주도권을 가지고 말할 수 있다는 경험은 초등학생에게 매우 중요하다. 이는 학습 뿐 아니라 사회성과 자존감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.
4. 강의 공부법의 확장: 또래와 나누는 ‘말하는 학습’
설명은 혼자 할 때보다 상호작용 속에서 할 때 더 큰 효과를 낸다. 이를 ‘사회적 학습’이라고 하며, 교육학자 비고츠키는 이를 ‘근접발달영역(ZPD)’ 개념으로 설명했다. 아이는 자신보다 약간 더 능숙한 또래나 어른과 상호작용하면서 더 많은 것을 학습할 수 있다.
집에서 형제자매끼리, 혹은 친구와 함께 ‘서로 가르쳐주기 활동’을 해보자. 한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“내가 이걸 설명해줄게”라고 말하는 순간, 그는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동기를 갖게 된다. 이때 부모는 학습 환경만 조성해주면 된다. 간단한 예로, “너희 둘이 내일 수학 문제 중 하나를 서로 설명해서 알려줘보자”와 같이 과제를 제안할 수 있다.
이 방식은 말하는 아이와 듣는 아이 모두에게 유익하다. 설명하는 아이는 기억이 강화되고, 듣는 아이는 흥미를 느끼며 질문을 통해 이해를 넓힐 수 있다. 설명이 반복되면 언어 능력, 사고력, 협력 능력까지 함께 성장하게 된다.
단, 이 과정에서도 중요한 원칙은 평가하지 말 것이다. 설명이 서툴거나 어설퍼도 “너무 잘했어!”보다 “정말 열심히 알려주려 했구나. 설명이 점점 자연스러워지는 것 같아”처럼 노력 중심의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.
마무리: 말하면서 배우는 아이, 가장 깊이 배우는 아이
초등학생도 충분히 ‘가르치는 공부’를 할 수 있다. 오히려 이 시기의 아이는 말로 표현하는 능력과 지적 호기심이 활발하게 자라나기 때문에, 강의 공부법은 그 성장을 더 가속화할 수 있다.
부모가 아이에게 “이걸 설명해줘 볼래?”라고 한마디 던지는 순간, 아이는 수동적 학습자에서 능동적 사고 주체로 변하게 된다. 뇌는 말할 때 더 깊이 연결되고, 심리는 말할 때 자신감을 얻는다. 아이는 그 속에서 ‘나는 배우는 존재’에서 ‘배움을 나누는 존재’로 성장한다.
오늘부터는 교과서 공부 외에도 하루 5분, “이걸 설명해볼까?”라고 아이에게 질문해보자. 이 짧은 시간이 아이의 학습 방식과 태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. 강의 공부법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이며, 교육의 본질을 되살리는 방법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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